[헬리오아트 Report no.179] April Week 1

Date
2023-04-12 12:01

 

 


 

no.179

나치에게 약탈되었던 '구스타브 쿠르베'의 작품이 원래 주인, 프랑스인에게 돌아가다




Gustave Courbet, <La Ronde Enfangtine>, 1862.


1939년 9월 1일, 나치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이 발생한다. 나치 독일을 이끌던 아돌프 히틀러는 군사적 침략 이외에도 국민계몽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를 내세워 문화적 선동과 억압을 정치 전략으로 삼은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특히 미술대학 진학에 두 번씩 낙방하는 등 예술적으로 콤플렉스가 있던 히틀러는 통치 당시 유럽 미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키던 아방가르드 미술 대부분을 ‘퇴폐 미술’로 낙인 찍고 모더니즘 예술가들을 억압했다. 나치의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독일과 프랑스, 스위스 출신의 뛰어난 예술가들이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대부분 미국으로 망명을 떠났던 일은 유럽 미술계에 있어 큰 손실로 평가된다.


 


<퇴폐미술>전을 관람하는 요제프 괴벨스 (1937)


 

 

뿐만 아니라 히틀러는 개인 미술관을 장식할 목적으로 ERR(Einsatzstab Reichsleiter Rosenberg, 로젠베르크 제국사령부)이라는 문화 예술품 약탈 기구를 설립했다. ERR은 1940년부터 1944년까지 프랑스를 포함한 점령국들로부터 각종 회화, 조각, 공예품 등 약 500만점을 빼앗아 은폐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종전 후 각국에서 빼앗긴 유산을 되찾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작품들이 발견되지 못하거나, 출처가 의심스러운 작품들을 조사할 방책은 확립되지 않았다.

1998년이 되어서야 미국에서 나치가 몰수한 작품들에 관련한 보상과 환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워싱턴 회의가 개최되었다. 44개국이 참가한 이 회의에서는 홀로코스트 피해자들에 대한 물질적 보상과 함께 나치 약탈 문화재 반환을 논의한 끝에 박물관들이 소장품의 과거 내력을 조사하고 공개해야한다는 워싱턴 원칙(Washington Principles)이 설립된다.

오늘날까지도 전세계에 분포한 약탈 작품들을 환수하는 작업은 활력을 띠고 있다. 얼마 전 영국 케임브리지의 피츠 윌리엄 박물관(The Fitzwilliam Museum)은 소장하고 있던 프랑스의 사실주의 화가 '구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의 작품이 전쟁 당시 도난 당한 것이라는 사실을 영국의 약탈 자문 위원회로부터 고지받고 원래 소유자의 가족들에게 반환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의 윤무 (La Ronde Enfantine)"(1862) 또는 "포르토베르토의 나무 아래(Beneath the Tress ar Port-Bertaud)"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이 회화는 원래 파리에 거주 중이던 유대인 로버트 레오 미셸 레비 빙(Robert Leo Michel Levy Bing)의 소장품이었다. 그러나 1941년 5월 ERR이 그의 아파트에 침입해 그림을 몰수해갔던 것이다. 도난 시점으로부터 10년이 지난 1951년에 런던의 아트딜러 아서 투스 앤 선즈(Arthur Tooth and Sons)가 한 스위스 상인으로부터 이 그림을 구입했고, 같은 해에 에릭 밀너-화이트 (Eric Milner-White) 목사에게 판매했다.

 

목사는 이를 피츠윌리엄 박물관에 기증했고, 박물관은 작품의 출처를 조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나치와 연관된 작품이라는 내막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물관은 작품의 어두운 과거를 알게 된 이후 자문 위원회의 권고를 따를 것이며 원래 소유자인 로버트 빙의 상속인을 대신해 약탈 예술품의 반환을 돕는 기관인 몬덱스 공사에 이를 맡기겠다는 성명서를 밝혔다.

[출처] artnews.com